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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the Bible from start to finish, from Genesis to Revelation.
Duration: 365 days
Korean Bible: Easy-to-Read Version (KOE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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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1-5

와스디 왕후가 왕의 명을 따르지 않다

이 일은 아하수에로[a]왕 때에 있었던 일이다. 이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 구스[b]에서 백스물일곱 개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때에 아하수에로 왕은 수도인 수사 성의 왕궁 구역[c]에서 다스리고 있었다. 그가 왕위에 오른 지 삼 년이 되는 해였다. 왕은 그의 밑에서 일하는 모든 관리들과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열었다. 그는 페르시아와 메대의 군대 지휘관들과 귀족들과 지방 관리들을 초대하였다. 그는 무려 백팔십 일 동안이나 잔치를 열면서 자신이 다스리는 왕국이 지닌 엄청난 부와 자신이 지닌 위엄과 영화를 보여 주었다.

잔치 기간이 끝난 뒤에 왕은 이레 동안 또 다른 잔치를 열었다. 이 잔치는 왕의 여름 궁전에 있는 안뜰에서 열렸다. 왕은 수사 성의 왕궁 구역에 있는 사람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모두 이 잔치에 초대하였다. 안뜰 둘레에는 흰 모시실과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실로 짠 휘장이 처져 있었다. 그 휘장은 흰 대리석 기둥에 박힌 은고리에 흰 실과 붉은 빛이 도는 보라색 실로 꼬아 만든 끈으로 매여 있었다. 그리고 반암석과 흰 대리석과 고운 빛깔의 조개껍질과 검은 대리석을 박아 넣은 바닥 위에는 금과 은으로 장식한 안락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술잔은 모두 금잔이었는데 그 잔들의 모양이 저마다 달랐다. 그리고 왕이 내리는 술답게 좋은 술이 끝없이 나왔다. 왕의 명령으로 술 마시는 데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왕이 왕궁의 술을 맡은 관리들에게 각 사람이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시게 하라고 명하였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와스디 왕후도 부인들을 왕궁으로 초대하여 잔치를 열었다.

10 잔치를 벌인 지 이레째 되는 날 술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아진 왕이 자기의 시중을 드는 일곱 명의 내시[d] 곧 므후만, 비스다, 하르보나, 빅다, 아박다, 세달, 가르가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와스디 왕후에게 왕후의 관을 쓰고 왕 앞으로 나오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11 왕후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왕은 백성과 관리들에게 왕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12 그러나 와스디 왕후는 내시들이 전하는 왕의 명령을 듣고도 왕 앞에 나오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왕은 마음속에 치미는 화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13 왕이 일반적인 관습에 대하여 잘 아는 학자들과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의논하였다. 왕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14 왕 곁에는 가르스나, 세달, 아드마다, 다시스, 메레스, 마르스, 므무간 등 페르시아와 메대의 일곱 대신이 있었다. 이들은 왕을 직접 뵐 수 있는 신하들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5 왕이 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와스디 왕후는 내시들이 전한 나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소. 그러니 왕후를 법대로 처리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오?”

16 그러자 므무간이 왕과 다른 신하들 앞에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와스디 왕후는 임금님께만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왕후는 아하수에로 임금님이 다스리시는 모든 지방의 관리들과 백성에게도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17 이제 모든 여인들에게 와스디 왕후가 한 일이 알려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인들이 자기 남편에게 ‘아하수에로 왕이 와스디 왕후에게 왕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으나 왕후는 나가지 않았답니다.’라고 말하면서 남편들을 우습게 여길 것이니 말입니다.

18 왕후가 한 일을 들은 페르시아와 메대의 귀부인들도 오늘 당장 왕의 모든 대신들에게 말대답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부 사이에 끝없는 멸시와 분노가 이어질 것입니다.

19 그러하오니 임금님만 좋으시다면 어명을 내려 와스디 왕후가 아하수에로 임금님 앞에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페르시아와 메대의 법으로 정하여 다시는 고치지 못하게 하십시오. 왕후의 자리는 그 여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20 임금님께서 내리신 명령이 이 큰 나라의 구석구석에 알려지면, 모든 여인이 자기 남편을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우러러 받들 것입니다.”

21 왕과 왕의 신하들은 므무간의 의견을 좋게 여겼다. 그리하여 아하수에로 왕이 므무간의 말을 받아들여 그대로 시행하였다. 22 왕은 그가 다스리는 모든 지방에 편지를 보냈다. 지방마다 그 지방에서 쓰는 글과 백성마다 그 백성이 쓰는 말로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남편이 가정을 다스리는 사람이어야 하며, 남편이 쓰는 말이 그 가정에서 쓰는 말이 되어야 한다는 왕의 명령이 담겨 있었다.

에스더가 왕후가 되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 아하수에로 왕의 화가 좀 누그러졌다. 그러자 와스디 왕후와 왕후가 한 일과 그 일 때문에 자기가 내린 명령이 생각났다. 그때에 왕을 가까이서 모시는 시종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왕을 모실 아름다운 처녀들을 구하게 하십시오. 왕께서 다스리시는 모든 지방에 관리들을 임명하셔서, 그 지방의 아름다운 처녀들을 뽑아 수사 성의 왕궁 구역[e]에 있는 후궁[f]으로 보내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궁녀들을 맡은 임금님의 내시 헤개에게 그 처녀들을 맡기게 하시고, 헤개에게는 그들이 몸치장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주라고 하십시오. 그리 하신 뒤에 임금님의 마음에 드는 젊은 처녀를, 와스디를 대신할 새 왕후로 뽑으십시오.” 왕은 그 제안이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하였다.

그때에 수사 성에 모르드개라는 사람이 있었다. 모르드개의 아버지는 야일이고 할아버지는 시므이이고 증조부는 기스였다. 기스는 베냐민 가문의 유다 사람으로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 때에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호야긴[g]과 함께 포로로 끌려온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모르드개에게는 하닷사라고 하는 사촌 누이동생이 있었다. 이름을 에스더라고도 하는 이 사촌 누이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었다. 그리하여 모르드개가 에스더를 데려다 길렀다. 그런데 이 젊은 처녀는 몸매도 아름답고 얼굴도 예뻤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의 부모가 죽자 에스더를 자기 딸로 입양하였다.

왕의 명령과 법령이 공포되자 많은 처녀들이 뽑혀서 수사 성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왕궁 구역에 있는 헤개에게 맡겨졌다. 에스더도 왕궁으로 보내져 왕의 여인들을 책임지고 있는 헤개에게 맡겨졌다. 에스더는 헤개의 눈에 들어 그의 굄을 받게 되었다. 헤개는 곧바로 에스더에게 몸치장에 쓰이는 것들과 음식을 주었다. 그는 또 왕의 궁전에서 가장 적합한 시녀 일곱 명을 뽑아서 에스더의 시중을 들게 하였다. 그리고 에스더와 그 시녀들을 후궁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옮겨 지내게 하였다.

10 에스더는 자신의 민족과 혈통을 밝히지 않았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그런 것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11 모르드개는 날마다 후궁의 뜰 앞을 서성거렸다. 에스더가 어떻게 지내는지 또 에스더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12 처녀들은 열두 달 동안 정해진 과정에 따라 몸을 다듬고 나서야 차례로 아하수에로 왕 앞에 나가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여섯 달 동안 몰약 기름으로 목욕을 한 다음 또 여섯 달 동안 향유와 갖가지 화장품으로 몸을 가꾸었다. 13 처녀가 왕 앞에 나갈 때는 몸치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다 주어서 후궁에서 궁궐로 가지고 가게 하였다. 14 저녁에 왕에게 들어간 처녀가 이튿날 아침에 나오면, 그 처녀는 왕의 첩들을 맡은 내시[h] 사아스가스가 관리하는 다른 궁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왕이 그를 특별히 좋아하여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다시는 왕에게 들어갈 수 없었다.

15 마침내 아비하일의 딸로서 사촌 오라버니 모르드개의 양녀가 된 에스더가 왕에게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에스더는 궁녀를 돌보는 왕의 내시 헤개가 정하여 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스더를 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좋아하였다. 16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 제 칠년 열째 달, 곧 데벳월에 왕에게 불려 들어갔다.

17 왕이 다른 어떤 여인보다 에스더를 더 사랑하였다. 에스더가 다른 모든 처녀를 제치고 왕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드디어 아하수에로 왕이 에스더의 머리에 관을 씌우고 와스디를 대신할 새로운 왕후로 삼았다. 18 왕은 에스더를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고 신하들과 관리들을 모두 초대하였다. 또 모든 지방에서는 이 날을 휴일로 지키게 하고 왕이 내리는 선물답게 푸짐한 선물을 백성들에게 내렸다.

모르드개가 악한 계획을 알아냄

19 처녀들을 또다시 모집한 일이 있었다. 그때 모르드개는 대궐에서 관리로 있었다. 20 에스더는 모르드개가 이른 대로 자신의 혈통과 민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 밑에서 자랄 때처럼 여전히 모르드개가 지시하는 것을 그대로 따랐다.

21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에, 대궐 문을 지키는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아하수에로 왕에게 불만을 품고 왕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다. 22 모르드개가 그 음모를 알게 되어 그것을 에스더 왕후에게 알렸다. 에스더 왕후는 왕에게 그 사실을 알리면서 모르드개가 자기에게 알려 주었다고 말하였다. 23 그 일을 조사해 보니 모두 사실임이 드러났다. 두 내시는 말뚝으로 꿰찌르는 형을 당하여 죽었다. 이 사실이 왕이 보는 앞에서 궁중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일지에 그대로 올랐다.

하만이 유다 사람들을 없애려고 계획함

이런 일이 있은 뒤에 아하수에로 왕이 하만을 높이 들어 다른 모든 신하보다 높은 자리에 앉혔다. 하만은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이었다. 대궐에서 근무하는 신하들이 모두 하만에게 머리 숙여 절하고 경의를 표하였다. 왕이 그렇게 하라고 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하만에게 머리 숙여 절하지도 않고 경의를 표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대궐 문에서 일하는 왕의 신하들이 모르드개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당신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거요?”

그들이 날마다 모르드개에게 이렇게 말하였으나 모르드개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르드개가 이렇게 하는 것이 용납될지 알아볼 셈으로 이 일을 하만에게 알렸다. 모르드개가 자기는 유다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만은 모르드개가 자기에게 머리 숙여 절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더욱이 모르드개가 어느 민족인지를 알고 나자, 모르드개만 해치는 것으로는 성이 찰 것 같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하수에로가 다스리는 나라의 모든 지방에서, 모르드개와 같은 겨레인 유다 사람을 모두 없앨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아하수에로 왕 십이년 첫째 달인 니산월이었다. 사람들은 유다 사람들을 어느 달 어느 날에 싹 쓸어버릴지 그 날짜를 정하려고 하만이 보는 앞에서 ‘부르’ 곧 제비뽑기를 하였다[i]. 그렇게 하여 뽑힌 날짜가 열두째 달인 아달월 십삼 일이었다[j].

그런 다음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다스리시는 왕국의 모든 지방에 널리 흩어져 살고 있는 민족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민족은 다른 민족과 섞이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려 삽니다. 그들의 풍습은 다른 모든 민족의 풍습과 사뭇 다릅니다. 더욱이 이 민족은 임금님의 법도 따르지 않습니다. 임금님께서 그들을 그냥 두시는 것은 임금님께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임금님께서만 좋으시다면 그들을 없애 버리라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은화 만 달란트[k]를 행정을 맡은 관리들에게 주어 임금님의 금고에 들여놓도록 하겠습니다.”

10 그러자 왕이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던 인장 반지를 빼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인 유다 사람의 원수 하만에게 주었다. 11 그리고 하만에게 말하였다. “그 돈과 그 민족은 그대의 것이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12 첫째 달 십삼일에 왕의 서기관들은 모두 모이라는 부름을 받았다. 그들은 하만의 명령을 각 지방의 글과 말로 써서 왕의 태수[l]들과 각 도의 총독과 또 각 도에 사는 각 민족의 관리들에게 보냈다. 그 편지는 아하수에로 왕의 이름으로 작성하여 왕의 인장 반지를 찍어 봉하였다[m].

13 그런 다음 전령들을 시켜 이 편지를 왕이 다스리는 모든 지방에 전하게 하였다. 그 내용은 열두째 달인 아달월 십삼 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 사람을 죽여서 없애고 완전히 쓸어버리라는 것이었다. 유다 사람이면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다 죽이고 그들의 재산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여기라는 것이었다. 14 각 지방에서는 이 편지의 복사본을 모든 민족에게 보내어 그 날이 오면 그대로 시행할 수 있게 하라고 하였다. 15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령들은 서둘러 각 지방으로 떠났다. 그리고 수사 성의 왕궁 구역에도 이 법령이 발표되었다. 왕과 하만은 술을 마시고 앉아 있었으나 수사 성은 크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모르드개도 이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옷을 찢고 거친 마포를 두르고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n] 큰 소리로 비통하게 울면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거친 마포를 두른 사람은 대궐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그는 대궐 문 앞까지만 올라갔다. 왕이 내린 명령과 법령이 전해진 지방마다 유다 사람들이 큰 슬픔에 잠겼다. 그들은 금식하며 울고 탄식하였다. 거의 모든 유다 사람이 거친 마포를 걸치고 재 위에 누워 지냈다.

에스더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과 내시들이 에스더에게 와서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해 주었다. 그러자 왕후는 크게 괴로워하였다. 그는 모르드개에게 거친 마포를 벗고 갈아입을 옷들을 보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그 옷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에스더가 하닥을 불렀다. 하닥은 왕의 내시 가운데 하나인데, 에스더를 돌보아 주라고 왕이 보낸 사람이었다. 에스더는 하닥에게 모르드개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명하였다.

하닥이 대궐 문 앞에 있는 성의 광장으로 모르드개를 찾아갔다. 모르드개는 그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하닥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유다 사람을 모두 없애는 데 쓸 비용으로 하만이 왕의 금고에 넣겠다고 약속한 돈의 액수도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또 유다 사람을 죽이라고 왕이 수사 성에 내린 명령을 베껴 쓴 것을 하닥에게 건네주었다. 하닥이 그것을 에스더에게 보이면서 사태를 설명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에스더에게 왕에게 나아가 왕후 자신의 백성을 위해 왕의 자비를 구하며 간청하라고 부탁하였다.

하닥이 돌아가서 모르드개가 한 모든 이야기를 에스더에게 보고하였다. 10 그러자 에스더가 하닥에게 모르드개에게 가서 이렇게 전하라고 지시하였다. 11 “임금님께서 부르지 않으셨는데 왕궁 안뜰로 들어가는 남자나 여자는 모두 사형으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법은 왕의 모든 신하와 왕께서 다스리시는 지방의 모든 백성이 다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임금님께서 금 홀을 내밀어 주시는 사람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께서 지난 삼십 일 동안 저를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12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하였다는 말을 듣고 13 에스더에게 다시 이렇게 답을 보냈다. “왕후께서는 궁궐에 계시다고 하여 모든 유다 사람 가운데 홀로 이 일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14 만일 왕후께서 이번에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왕후와 왕후의 친족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누가 압니까? 왕후께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어쩌면 바로 이런 때를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15 그러자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이런 답을 보냈다. “가셔서 수사에 있는 모든 유다 사람을 모으십시오. 그리고 저를 위해 금식해 주십시오. 사흘 동안 밤낮 먹지도 마시지도 마십시오. 저도 시녀들과 함께 꼭 같이 금식하겠습니다. 16 그렇게 한 다음 임금님의 명령을 어기는 일이라 하더라도 임금님께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다 죽게 되면 죽겠습니다.”

17 모르드개는 강[o]을 건너가 에스더가 그에게 지시한 대로 하였다.

에스더가 왕에게 이야기함

그리하여 사흘째 되는 날에 에스더가 궁중 예복을 입고 궁전 안뜰로 들어가 왕이 머무는 곳을 마주 보고 섰다. 그때에 왕은 왕의 거처에 있는 왕좌에서 문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왕이 뜰에 서 있는 에스더 왕후를 보는 순간 사랑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그리하여 왕이 에스더를 향하여 손에 든 금 홀을 내밀자 에스더가 가까이 다가가 홀의 끝에 손을 대었다.

왕이 물었다. “에스더 왕후, 어찌 된 일이오? 나에게 무슨 청이 있소? 왕후가 원하는 것이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소.”

에스더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허락하시면 오늘 임금님을 위해 잔치를 차리고 싶습니다. 임금님께서 하만과 함께 제가 마련한 잔치에 오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에스더 왕후가 청한대로 할 터이니 얼른 하만을 들게 하라.”

왕과 하만이 에스더가 그들을 위해 마련한 잔치에 갔다. 술을 마실 순서[p]가 되어 술을 마시면서 왕이 에스더에게 다시 물었다. “왕후의 소원이 무엇이오? 내가 들어주겠소. 왕후가 청하는 것이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소.”

에스더가 대답하였다. “저의 소원과 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임금님께서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고 저의 청을 이루어 주시겠다면 저는 내일도 잔치를 차리고 두 분을 모시고 싶습니다. 임금님께서 하만과 함께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에 임금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의 소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모르드개에게 화가 난 하만

그날 하만은 흐뭇한 마음으로 기분이 좋아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가 대궐 문을 지날 때 모르드개가 자기 앞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떨지도 않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10 그러나 하만은 화를 누르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친구들과 자기 아내 세레스를 불러 들였다. 11 하만은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가 큰 부자이며, 아들이 많은데다, 왕까지 여러모로 자기를 영화롭게 하여 주고, 왕의 다른 모든 관리와 신하보다 자기를 더 높은 자리에 앉혀 준 것을 자랑하였다. 12 하만은 덧붙여 말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네. 에스더 왕후께서 차리신 잔치에 임금님과 함께 초대 받은 사람은 나뿐이라네. 거기다가 왕후께서는 내일도 임금님과 함께 나를 초대하셨네. 13 그러나 내가 대궐 문에 앉아 있는 유다 사람 모르드개를 보아야 한다면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네.”

14 그러자 하만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가 하만에게 말하였다. “쉰 자[q] 높이의 장대를 세우고 내일 아침에 모르드개를 그 장대에 매달도록 임금님께 청을 드리십시오. 그런 다음 기쁜 마음으로 임금님과 함께 잔치 자리에 가십시오.”

하만이 그것을 좋은 생각이라 여기고 나무 장대를 세우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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